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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영화를 찍는 사람이었다 (4화)

나는 한때 영화를 찍는 사람이었다 (4화)

나는 한때 영화를 찍는 사람이었다 (4화)

사람은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비 온 다음 날 학교는 이상하게 조용하다.

지각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창문 보면서 멍때리는 애들도 많아진다.

싱클레어는 교무실 창가 자리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체육복 입은 학생들이 흙 묻은 축구공을 차고 있다.

공은 몇 번 튀다가,
물웅덩이에 처박힌다.

첨벙.

“죽은 사람처럼 있네요.”

같은 연극영화 교사, 엔이다.

갈색 머리카락 끝이 햇빛 받아 조금 바래 보인다.

싱클레어는 피식 웃는다.

“안녕하세요부터 하지 않나요 보통.”

엔은 자기 텀블러를 책상 위에 올린다.

“안 죽은 사람한텐 안녕하냐고 물어봐요.”

싱클레어는 초코우유 빨대를 씹는다.

엔은 그걸 보고 작게 웃는다.

“선생님 맞아요?”

“선생님이란 직업은 원래 늘 성장기에요.”

“애들이 보면 실망하겠다.”

“애들은 원래 어른한테 실망하면서 크는 거 아닌가.”

엔은 대답 대신 창밖을 본다.

잠깐 정적.

교무실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드르륵.

“근데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싱클레어는 한참 대답하지 않는다.

엔도 재촉 안 한다.

그냥 텀블러 뚜껑만 만지작거린다.

“저 어제…”

싱클레어는 운동장을 본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랑 만났어요.”

“무슨 일 있었는데요.”

잠깐 침묵.

물웅덩이에 빠졌던 공이 다시 한번 튄다.

첨벙.

“키스했어요.”

정적.

멀리서 누가 뛰어간다.

복도에서 체육부 애들이 떠드는 소리.

교무실 형광등 웅웅거리는 소리.

엔은 잠깐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좋아해요?”

싱클레어는 웃는다.

“아니요.”

엔은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근데…”

싱클레어가 계속 말한다.

“이상한 게 뭔지 알아요?”

“뭔데요.”

“키스하고 있는데,
전혀 떨림도 사랑도 없었어요.”

그는 잠깐 웃는다.

“근데 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어요.”

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싱클레어는 시선을 떨군다.

“걔네랑 집에서 햄 구워 먹은 적이 있었거든요.”

“햄?”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돈 없어서.”

싱클레어는 작게 웃는다.

“근데 끝까지 삼겹살이라고 우겼어. 햄인데.”

창밖에서 축구공 차는 소리.

퍽.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애들 웃음소리.

“진짜 별거 아니었어요.”

싱클레어가 중얼거린다.

“고기 냄새 나고…
전기장판 켜져 있고…
애가 계속 햄 뒤집고 있었는데…”

잠깐 정적.

“근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안 잊혀져요.”

엔은 천천히 묻는다.

“행복했어요?”

싱클레어는 바로 대답 못 한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기랑 안 어울리는 것처럼.

“…모르겠어요.”

그는 작게 웃는다.

“근데 계속 돌아가고 싶어요.”

엔은 한참 말이 없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살아있다고 느꼈던 순간으로 계속 돌아가고 싶어해요.”

싱클레어는 처음으로 엔을 제대로 바라본다.

엔은 창밖을 보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
조금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나 초등학생 때,”

엔이 갑자기 말한다.

“아빠가 술 먹고 집 와서 물건 다 부순 적 있었어요.”

싱클레어는 조용히 듣는다.

“엄마는 주방에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했거든.”

엔은 커피 속 얼음을 털어넣고 씹는다.

“근데 내가 계속 괜찮다고 했어요.

아빠도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엔은 피식 웃는다.

“지금 생각하면 웃겨요.
초딩이 어른 달랜 거.”

싱클레어는 아무 말 못 한다.

“근데 그런 사람들 있어요.”

엔이 계속 말한다.

“자기 아픈 건 모르고,
계속 남부터 안아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계속 영화 하더라고요. 우리처럼”

잠깐 정적.

엔은 싱클레어를 본다.

아주 조용한 눈으로.

“쌤 그 애 좋아했네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알아요.”

엔이 작게 웃는다.

“그 말 하려는 거 아닌 거.”

싱클레어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마신다.

햄 냄새.
전기장판.
엘린 얼굴.
빗소리.
엘린 입술.

숨과 함께 전부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뱉어진다.

꼭 물속에서 숨 쉬는 사람처럼.

“근데 나 이상하죠.”

싱클레어가 작게 말한다.

엔은 한참 싱클레어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한다.

“쌤은 자꾸 물속에서만 숨 쉬려고 해요.”

싱클레어는 고개를 든다.

“근데 사람은 원래,
육지에서 살아야 돼요.”

쉬는 시간 끝나는 종이 울린다.

엔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 수업 있어서 가볼게요.”

교무실 문 앞에서,
엔이 잠깐 뒤돌아본다.

“근데 쌤.”

“왜요.”

“행복했던 장면 안 잊히는 건,
되게 좋은 징조예요.”

문이 닫힌다.

엔이 나간 뒤에도,

싱클레어는 한동안 운동장을 바라본다.

체육복 입은 애들 사이로,

엘린이 공을 차고 있다.

물웅덩이에 빠졌던 축구공이,

엘린의 발에 다시 차여 올라온다.

첨벙.

비 온 다음 날 학교는 이상하게 조용하다.

지각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창문 보면서 멍때리는 애들도 많아진다.

싱클레어는 교무실 창가 자리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체육복 입은 학생들이 흙 묻은 축구공을 차고 있다.

공은 몇 번 튀다가,
물웅덩이에 처박힌다.

첨벙.

“죽은 사람처럼 있네요.”

같은 연극영화 교사, 엔이다.

갈색 머리카락 끝이 햇빛 받아 조금 바래 보인다.

싱클레어는 피식 웃는다.

“안녕하세요부터 하지 않나요 보통.”

엔은 자기 텀블러를 책상 위에 올린다.

“안 죽은 사람한텐 안녕하냐고 물어봐요.”

싱클레어는 초코우유 빨대를 씹는다.

엔은 그걸 보고 작게 웃는다.

“선생님 맞아요?”

“선생님이란 직업은 원래 늘 성장기에요.”

“애들이 보면 실망하겠다.”

“애들은 원래 어른한테 실망하면서 크는 거 아닌가.”

엔은 대답 대신 창밖을 본다.

잠깐 정적.

교무실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드르륵.

“근데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싱클레어는 한참 대답하지 않는다.

엔도 재촉 안 한다.

그냥 텀블러 뚜껑만 만지작거린다.

“저 어제…”

싱클레어는 운동장을 본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랑 만났어요.”

“무슨 일 있었는데요.”

잠깐 침묵.

물웅덩이에 빠졌던 공이 다시 한번 튄다.

첨벙.

“키스했어요.”

정적.

멀리서 누가 뛰어간다.

복도에서 체육부 애들이 떠드는 소리.

교무실 형광등 웅웅거리는 소리.

엔은 잠깐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좋아해요?”

싱클레어는 웃는다.

“아니요.”

엔은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근데…”

싱클레어가 계속 말한다.

“이상한 게 뭔지 알아요?”

“뭔데요.”

“키스하고 있는데,
전혀 떨림도 사랑도 없었어요.”

그는 잠깐 웃는다.

“근데 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어요.”

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싱클레어는 시선을 떨군다.

“걔네랑 집에서 햄 구워 먹은 적이 있었거든요.”

“햄?”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돈 없어서.”

싱클레어는 작게 웃는다.

“근데 끝까지 삼겹살이라고 우겼어. 햄인데.”

창밖에서 축구공 차는 소리.

퍽.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애들 웃음소리.

“진짜 별거 아니었어요.”

싱클레어가 중얼거린다.

“고기 냄새 나고…
전기장판 켜져 있고…
애가 계속 햄 뒤집고 있었는데…”

잠깐 정적.

“근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안 잊혀져요.”

엔은 천천히 묻는다.

“행복했어요?”

싱클레어는 바로 대답 못 한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기랑 안 어울리는 것처럼.

“…모르겠어요.”

그는 작게 웃는다.

“근데 계속 돌아가고 싶어요.”

엔은 한참 말이 없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살아있다고 느꼈던 순간으로 계속 돌아가고 싶어해요.”

싱클레어는 처음으로 엔을 제대로 바라본다.

엔은 창밖을 보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
조금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나 초등학생 때,”

엔이 갑자기 말한다.

“아빠가 술 먹고 집 와서 물건 다 부순 적 있었어요.”

싱클레어는 조용히 듣는다.

“엄마는 주방에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했거든.”

엔은 커피 속 얼음을 털어넣고 씹는다.

“근데 내가 계속 괜찮다고 했어요.

아빠도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엔은 피식 웃는다.

“지금 생각하면 웃겨요.
초딩이 어른 달랜 거.”

싱클레어는 아무 말 못 한다.

“근데 그런 사람들 있어요.”

엔이 계속 말한다.

“자기 아픈 건 모르고,
계속 남부터 안아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계속 영화 하더라고요. 우리처럼”

잠깐 정적.

엔은 싱클레어를 본다.

아주 조용한 눈으로.

“쌤 그 애 좋아했네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알아요.”

엔이 작게 웃는다.

“그 말 하려는 거 아닌 거.”

싱클레어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마신다.

햄 냄새.
전기장판.
엘린 얼굴.
빗소리.
엘린 입술.

숨과 함께 전부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뱉어진다.

꼭 물속에서 숨 쉬는 사람처럼.

“근데 나 이상하죠.”

싱클레어가 작게 말한다.

엔은 한참 싱클레어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한다.

“쌤은 자꾸 물속에서만 숨 쉬려고 해요.”

싱클레어는 고개를 든다.

“근데 사람은 원래,
육지에서 살아야 돼요.”

쉬는 시간 끝나는 종이 울린다.

엔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 수업 있어서 가볼게요.”

교무실 문 앞에서,
엔이 잠깐 뒤돌아본다.

“근데 쌤.”

“왜요.”

“행복했던 장면 안 잊히는 건,
되게 좋은 징조예요.”

문이 닫힌다.

엔이 나간 뒤에도,

싱클레어는 한동안 운동장을 바라본다.

체육복 입은 애들 사이로,

엘린이 공을 차고 있다.

물웅덩이에 빠졌던 축구공이,

엘린의 발에 다시 차여 올라온다.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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